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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를 잘 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면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연습은 많이 하는데 실력이 잘 안 늘어요.”

그럴 때 나는 한 가지를 먼저 물어본다.

“고수하고 얼마나 쳐봤어요?”

당구 실력을 빨리 늘리고 싶다면 좋은 자세로 혼자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잘 치는 사람과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당구를 처음 배울 때 그렇게 실력을 키웠다.

내가 17살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

내가 열일곱 살에 당구를 시작했을 때, 당구장에는 나보다 훨씬 잘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그 사람은 500점 정도를 치는 아주 잘 치는 사람이었다.

그때 내 눈에는 거의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그 사람의 경기를 유심히 봤다.

공을 치는 자세부터 달랐다.
큐를 움직이는 것도 달랐고, 공을 보내는 속도도 달랐다.

그런데 구경만 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았다.

직접 쳐봐야 했다.

문제는 고수가 초보자하고 계속 당구를 쳐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갑

당시에는 당구장에서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갑을 주문해서 먹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그 고수가 당구장에 오면 나는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갑을 시켜놓고 같이 쳐달라고 졸랐다.

지금 생각하면 꽤 집요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 사람과 같이 치고 싶었다.

한두 번 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붙어 다녔다.

잘 치는 사람이 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직접 그 사람과 공을 주고받고 싶었다.

그렇게 같이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도 하게 된다.

“이 공은 왜 이렇게 쳐요?”

“여기서는 왜 힘을 이렇게 줘요?”

“두께를 어디에 맞추는 거예요?”

그때는 체계적으로 공부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잘하는 사람에게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쌓이기 시작했다.

고수와 쳐보면 내 당구가 얼마나 부족한지 보인다

혼자서만 연습할 때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공이 들어가면 잘 치는 것 같고, 어려운 공 하나 들어가면 실력이 많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고수와 경기를 해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씩 보인다.

자세가 흔들리고,
스트로크가 일정하지 않고,
힘 조절이 안 되고,
공을 보내는 방법도 다르다.

무엇보다 고수는 내가 어렵게 생각하는 공을 너무 쉽게 해결한다.

그걸 바로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아직 멀었구나.”

그런데 나는 이것이 오히려 좋은 공부라고 생각한다.

내 실력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닮아간다

당구를 오랫동안 치면서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은 누구와 오래 치느냐에 따라 당구 스타일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만 보다가 어느 순간 자세가 비슷해진다.

큐를 잡는 방법도 닮아가고,
스트로크의 속도도 비슷해지고,
공을 겨냥하는 습관도 닮는다.

나중에는 당구를 치는 전체적인 느낌까지 비슷해지는 경우가 있다.

요즘 젊은 선수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어떤 선수에게 배웠는지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다.

특정 선수의 자세와 스트로크를 닮았거나 공을 다루는 방식이 비슷하다.

그만큼 누구 옆에서 당구를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수를 괴롭히라는 말의 진짜 뜻

내가 당구를 배우려는 사람에게 “고수를 괴롭혀라”라고 말하면 오해할 수도 있다.

정말 귀찮게 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 사람이 싫어할 정도로 매달리라는 뜻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괴롭힘은 배우려는 적극성이다.

고수와 칠 기회가 생기면 피하지 말고 붙어야 한다.

게임에서 져도 좋다.

오히려 많이 져야 한다.

잘 치는 사람이 공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고, 내가 왜 그 공을 못 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질문해야 한다.

“왜 그렇게 쳤습니까?”

“저라면 이렇게 생각했는데 뭐가 다른 겁니까?”

이런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도 지금은 반대쪽에 서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제는 나도 당구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같이 쳐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약한 사람들과도 같이 쳐주려고 한다.

그들이 얼마나 배우고 싶어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잘 치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 커피를 사고 담배를 사고 계속 같이 쳐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순히 고수에게 게임 한 판 얻어친 것이 아니었다.

고수의 당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산 것이었다.

혼자 연습하는 것과 고수와 연습하는 것은 다르다

혼자 연습하면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반복하기 쉽다.

하지만 고수와 치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보게 된다.

내가 “이 공은 안 되는 공”이라고 생각했던 공을 고수가 너무 쉽게 해결하는 순간도 있다.

그때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충격이 공부가 된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걸 치지?”

그 질문 하나가 새로운 연습의 시작이 된다.

나는 당구가 이런 과정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보고, 따라 하고, 실패하고, 질문하고, 다시 연습하는 것.

그렇게 조금씩 실력이 쌓인다.

당구를 빨리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지금 당구를 배우고 있는 분들에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혼자서만 연습하지 마라.

잘 치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한 번이라도 같이 쳐봐라.

그리고 가능하면 자주 쳐봐라.

처음에는 계속 질 수도 있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패배 속에서 내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신기한 일이 생긴다.

예전에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500점 고수가 너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계속 보고, 배우고, 따라 하면서 내 실력도 조금씩 올라갔다.

돌이켜보면 열일곱 살의 내가 했던 가장 현명한 선택 중 하나는 잘 치는 사람 옆에 붙어 있었던 것이었다.

당구를 잘 치고 싶다면 좋은 책도 필요하고 연습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하나 기억했으면 좋겠다.

잘 치는 사람의 당구를 직접 보고, 직접 같이 쳐라.

당구는 책만 보고 배우는 운동이 아니다.

사람에게 배우고, 눈으로 배우고, 몸으로 배우는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