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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을 놓친 한 공 (간절함,아쉬움,침착함)

당돌이 2026. 9. 15. 11:24

목차


     

    사람은 누구나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들이 몇 개씩은 가지고 있을 거다.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나쁜 기억은 악몽같이 남을 것이다.

     

    나에게도 정말 악몽 같은 기억이다.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잊을 수 도 없는 기억이다.

     

     마지막이라 더 간절했던 대회

     

    당구를 오래 치다 보면 잘한 경기보다 못한 경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특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나에게는 2024년 전국체전이 그랬다.

    경남에서 열리는 대회였고 나에게도 마지막 출전이 될 대회였다.

     

    그동안 전국대회에 여러 번 참가했지만 가장 큰 대회인 전국체전에서는 아직 메달이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훈련도 열심히 했다.

    경기 장소는 김해체육관이었는데, 예전에 처음 체육관 시합에 나갔을 때는 낯선 환경 때문에 평소 실력이 전혀 나오지 않았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사는 경남에서 열렸고 경기장도 비교적 익숙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 속으로 이번에는 정말 메달 한번 따보자는 생각을 했다.

     

    ▶ 짧은 요약: 마지막 전국체전이라는 생각에 훈련도 열심히 했고 메달에 대한 욕심이 컸다.

     

    딱 2점을 남겨두고 찾아온 절호의 기회

     

    경기가 시작됐고 이번에는 내 실력이 제대로 나왔다.

    한 경기씩 치르면서 점점 자신감도 생겼고, 결국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았지만 나는 여기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대회이니 어떻게든 메달을, 특히 은메달이라도 반드시 하나 가져가고 싶었다.

     

    준결승전은 상대와 박빙으로 이어지는 경기였다.

    누가 조금만 흔들려도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끝까지 집중했고, 마침내 내가 역전을 시키면서 마무리하면 되는 순간이 왔다.

     

    딱 2점이 남아 있었다.

     

    내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여기서 끝내면 은메달은 확정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완벽한 포지션이었다.

    이 공을 치고 나면 다음 마지막 공은 자연스럽게 좋은 포지션이 될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

     

    ▶ 짧은 요약: 상대의 실수로 경기를 끝낼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아 !    심판의 파울 선언, 캄캄해진 순간

     

    당구는 참 이상해서 어려운 공을 칠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할 때가 있다.

     

    실패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치면 오히려 잘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주 좋은 기회가 왔을 때는 마음이 달라진다.

     

    이것만 끝내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나에게도 그랬다.

     

    두 점을 쳐야 했기에 힘을 정확하게 조절해서 좋은 포지션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 순간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공을 치는 순간 심판이 바로 파울을 선언했다.

    오구 파울이었다.

     

    그 순간의 허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두 공이 가까이 있었어 순간 착각한 것이었다.

     

    정확한 힘 조절로 오히려 상대방에게 좋은 포지션까지 만들어준 셈이 됐다.

    상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를 했다.

     

    결국 준결승에서 패했고 충격이 너무 커서 동메달 결정전까지 졌다.

    \결과는 4위, 메달은 없었다.

     

    ▶ 짧은 요약: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려 오구 파울을 범했고 결국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쉬움에 다시 참가한 마지막 대회 (우승)

     

    그 경기 이후 나는 당구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오히려 끝내기 직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이제 거의 다 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나는 그 메달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 이야기다.

    나는 2024년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접으려고 했는데, 2025년에는 경남에서 열린 장애인연맹회장배 전국대회에 한 번 더 참가했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 우승으로 정말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전국체전에서는 메달을 놓쳤지만 마지막 전국대회에서는 우승이라는 결과를 남기게 됐다.

    참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당구에는 그랬더라면이라는 말이 아무 소용이 없다.

    공은 이미 지나갔고 결과는 4위였다.

     

    준결승에서 그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 경기를 이겼더라면 적어도 은메달은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메달은 나에게 단순한 메달 하나가 아니었다.

     

    50년 가까이 당구를 치면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것이었고, 어쩌면 나중에 가보처럼 물려주고 싶은 물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당시 경기를 지켜보던 감독님도 너무 황당해서 거의 주저앉을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경기를 해봤고 오랫동안 당구를 쳤는데 그런 상황을 처리하지 못할 정도의 초보는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

     

    사람들은 흔히 우승한 경기를 가장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실수는 훨씬 오래 남는다.

     

    나는 지금도 그 준결승의 마지막 순간이 떠오른다.

    내가 실수했던 장면,  내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순간, 심판이 파울이라고 말했던 순간까지 모든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 내가 그 대회에 그만큼 많은 것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 짧은 요약: 아쉬움 속에 은퇴를 생각했지만 이듬해 다른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침착함 유지 - 좋은 기회일수록 평소처럼 쳐야 한다

     

    경기에서 실수했다고 너무 오래 자책할 필요는 없다.

     

    물론 중요한 경기에서 큰 실수를 하면 마음이 무너질 수 있고 나도 그랬다.

     

    하지만 지나간 공은 다시 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에서 무엇을 배웠느냐이다.

     

    나에게 그 실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남겼다.

     

    마지막 한 공까지 평소와 똑같이 해야 한다.

    상대가 실수했다고 흥분하지 말고, 내가 유리하다고 방심하지 말고,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오히려 더 차분해야 한다.

     

    이번에는 꼭 끝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평소 하던 대로 정확하게 치자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4년 전국체전에서 나는 4위를 했고 아직도 그 한 공은 아깝다.

    하지만 그 경기도 이제는 내 50년 당구 인생의 한 장면이 됐다.

     

    좋았던 순간만 내 인생이 아니고 실수했던 순간도 내 인생이다.

    잘한 경기만 기억에 남는다면 너무 재미없는 인생일 것이다.

     

    실수하고, 지고, 아쉬워하고, 다시 일어나고, 마지막에는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년 뒤의 우승이 그 아쉬움에 작은 위로를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