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실력은 매일 같은 상태가 아니다
당구를 오래 치다 보면 누구나 이상한 경험을 한다.
어제는 정말 잘 쳤다.
공도 잘 맞았고 두께도 좋았고 힘 조절도 잘됐다.
그런데 다음 날 당구장에 가서 큐를 잡아보면 완전히 다르다.
어제 그렇게 잘 되던 공이 하나도 안 된다.
내 실력이 갑자기 떨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50년 가까이 당구를 치면서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대부분의 경우 실력이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람의 몸은 매일 똑같지 않다.
잠을 충분히 잔 날과 피곤한 날이 다르고 집중력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도 다르다.
당구는 정확한 두께와 힘 조절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이런 작은 차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하루의 결과만 가지고 자신의 실력을 판단하면 안 된다.
▶ 짧은 요약: 컨디션에 따라 실력이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하며 하루의 결과만으로 자신을 판단하면 안 된다.
이유 - 안 되는 날 자꾸 고치거나, 바꾸려고 하면 더 꼬인다
공이 잘 안 되는 날에는 처음 몇 개가 안 들어가면 당점을 바꿔본다.
또 안 되면 두께를 바꾸고, 그래도 안 되면 스트로크를 의심하다가 자세까지 바꾼다.
이렇게 하나씩 계속 바꾸다 보면 원래보다 더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안 되는 날일수록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고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자세가 안정되어 있는지, 브릿지가 흔들리지 않는지, 그립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스트로크가 평소와 같은지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구가 안 될 때 꼭 새로운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의 기본 동작이 조금 흔들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컨디션이 나쁜 날이라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공을 많이 넣으려고 하지 말고 자세만 확인해보고, 큐를 천천히 직선으로 보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 짧은 요약: 안 되는 날일수록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고치기보다 기본 동작부터 확인해야 한다.
방법 - 잘 되는 날의 이유를 기억해두자
반대로 당구가 정말 잘 되는 날에는 그냥 게임만 많이 하지 말고 왜 잘 되는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오늘 자세가 어땠는지, 스트로크가 어땠는지, 그립의 느낌이 어땠는지, 공 앞에서 마음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잘 되는 날의 느낌도 기록해 두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좋은 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잘 되는 날에는 공이 잘 보였고, 반대로 어떤 날은 평소에 쉽게 처리하던 공에서 실수가 나왔다.
그럴 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면서 경기 중에 실수 몇 번이 나왔다고 해서 너무 흔들리지 않게 됐다.
▶ 짧은 요약: 잘 되는 날의 느낌과 이유도 함께 기억해 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방법 - 좋은 기회를 놓치던 날의 교훈
당구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다음 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이런 실수를 했지 하는 생각을 계속하면 다음 공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실수했을 때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
지나간 공은 지나간 공이고 다음 공은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나도 전국체전 준결승에서 나는 정말 좋은 기회를 잡고도 실수했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오구 파울을 하며 결국 동메달 결정전까지 지고 4위가 됐다.
그렇게 중요한 경기에서도 실수가 나온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때의 나는 충분히 칠 수 있는 상황에서 실수했다.
오히려 너무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긴장이 들어갔던 것 같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그날의 상태와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다시 배웠다.
경기에서는 컨디션보다 평소의 루틴이 중요할 수 있다.
컨디션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평소의 루틴을 지키는 것이다.
공을 보는 순서, 자세를 잡는 순서, 스트로크를 준비하는 순서를 일정하게 하면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아도 평소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경기에서 새로운 것을 시험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하지 않던 그립으로 바꾸거나 갑자기 새로운 스트로크를 시도하면 오히려 몸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특히 큰 경기일수록 평소 잘하던 것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짧은 요약: 실력만큼이나 그날의 상태와 마음가짐, 그리고 평소의 루틴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평상심 유지 ( 루틴 유지 ) 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몸이 기억한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습하지 않으면 감각이 떨어질 수 있고 나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그런 변화를 느낀다.
하지만 오랫동안 몸에 익힌 감각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공을 보면 예전의 감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한 번의 최고 기록보다 평균적인 실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에버리지 1.5 를 쳤다가, 내일 0.5 를 치는 것보다, 1.0 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실제 경기에서는 강할 수 있다.
좋은 선수는 특별히 잘 치는 날뿐 아니라 잘 안 되는 날에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으면 컨디션이 조금 떨어져도 어느 정도는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내가 기본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밤새도록 연습해도 다음 날 또 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몸의 회복도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 다시 연습한다면 예전처럼 무조건 밤을 새우지는 않을 것이다.
짧게 하더라도 정확하게 하고 좋은 움직임을 반복하고 충분히 쉬는 것도 연습의 일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늘 공이 잘 안 맞는다고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선 잠을 충분히 잤는지, 몸이 피곤하지 않은지, 기본기가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한두 공의 실패 때문에 기술을 계속 바꾸지 말고, 기본기를 확인하고 평소의 루틴으로 돌아가자.
당구 실력은 하루의 결과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평균이다.
안 되는 날에도 큐를 놓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도 당구 실력의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