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오래 쳤다고 잘 치는 것은 아니다
당구장에 가면 당구를 오래 쳤다는 사람을 흔히 만난다.
당구 친 지 10년 됐다, 20년 넘게 쳤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당구를 친 기간과 실력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0년을 쳤는데도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년밖에 치지 않았는데도 빠르게 실력이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당구를 치면서 그 이유를 많이 생각해 봤다.
처음에는 나도 당구를 많이 치면 자연스럽게 잘하게 되는 줄 알았다.
17살에 당구를 시작했을 때는 짧은 시간에 실력이 빠르게 올라갔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당구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선수들과 직접 경기를 해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당구를 잘 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특히 내가 자신 있게 생각했던 기본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실력이 늘고 안 늘고를 가르는 가장 큰 이유가 기본기와 연습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기본기가 잘못되어 있는 부류가 있다.
당구를 오래 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중급자도 크게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기본기가 잘못되어 있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당구를 쳤지만 자세나 브릿지, 그립, 스트로크 등에 잘못된 습관이 들어간 경우다.
이 사람들은 당구를 많이 쳤는데도 어느 순간 실력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본인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연습도 많이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실력은 제자리다.
잘못된 것을 계속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두 번째 부류는 반대다.
기본기가 어느 정도 잘 잡혀 있고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큰 문제가 없다.
아직 기술이 많지 않을 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습하고 경기를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올라간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겉으로 보면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중급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한쪽은 먼저 고쳐야 하고, 다른 한쪽은 계속 쌓아가면 된다.
그래서 나는 실력이 정체됐을 때 무조건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것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세가 안정되어 있는가, 브릿지가 흔들리지 않는가, 스트로크가 매번 같은 길로 나가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연습량과 비례해서 실력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당구를 배우는 사람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실력이 매일 조금씩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며칠 동안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는 잘 되던 공이 오늘은 안 된다.
내가 실력이 다시 떨어졌나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며칠 지나면 갑자기 되는 공이 있다.
어느 순간 여러 가지가 연결되면서 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공을 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것을 계단식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평평한 곳을 오래 걷다가 어느 순간 한 계단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 몸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머리가 먼저 이론을 이해한다.
그다음에는 몸이 따라가야 하는데, 머리가 이해했다고 해서 몸이 바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어려운 공을 치다가 우연히 성공했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그 순간의 자세와 힘, 당점을 기억해서 다시 재현해봐야 한다.
그렇게 한 번의 성공을 여러 번으로 만들어야 몸이 배우기 시작한다.
경기 경험도 실력의 일부다
실력 향상에는 연습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경기도 많이 해봐야 한다.
연습장에서 아무리 잘 쳐도 경기에서는 긴장하면 평소의 실력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첫 체육관 시합에서 이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평소 당구장에서라면 어렵지 않게 칠 수 있는 공도 체육관에서는 어떻게 쳐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당구대도 조명도 소리도 모두 낯설었다. 결국 이것도 경험이었다.
큰 대회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자기 수준에만 머무르지 말고 가끔은 더 큰 무대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실력이 정체된 사람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있다.
요즘 무엇을 연습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하루에 몇 게임을 쳤는지보다 무엇을 목표로 삼아 연습했는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일 당구장에 나가서 친구들과 게임만 하는 것과, 자신의 약점 하나를 정해놓고 그 공만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나는 이 차이를 오랫동안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확인했다.
오래 쳤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연습했느냐가 중요하다
50년 넘게 당구를 치면서 나는 실력이란 단순히 당구장에 오래 다닌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좋은 기본기 위에 올바른 연습을 반복하고, 실제 경기 경험을 쌓는 것.
그리고 실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는 것.
그 과정이 쌓여야 실력이 올라간다.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너무 빨리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오래 쳤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당구는 항상 다시 배울 수 있는 운동이다.
나도 20년의 공백을 두고 다시 처음부터 배우다시피 했고, 그 과정에서 당구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쳤느냐가 아니라 제대로 배우고 얼마나 몸에 익혔느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쌓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안 되던 공이 된다.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큐를 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