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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엔 멘탈이 강한 줄 알았다.
당구를 치다 보면 나는 멘탈이 약해서 경기만 하면 못 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당구는 멘탈 싸움이니까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말도 흔하다.
나도 오랫동안 당구를 치면서 멘탈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면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멘탈은 마음만 굳게 먹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기본기와 반복연습, 경기 경험, 그리고 자신만의 루틴이 함께 쌓여야 한다.
당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겁이 별로 없었다.
어려운 공이라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쳤다.
그때는 내가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경기장에 들어가 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 짧은 요약: 겁 없이 도전하던 초보 시절엔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고 착각했다.
멘탈붕괴 - 체육관에서 평소의 당구가 사라졌다
처음 장애인 체육대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평소 당구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체육관에 들어가자 모든 것이 낯설었다.
당구대도, 조명도, 소리도, 주변 공간도 전부 처음 겪는 환경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공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쳐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내 평균 실력의 절반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패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당구 실력과 경기력은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나도 내가 멘탈이 강한 줄 알았지만, 한번 무너지니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그것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 때문이었을 수는 있다.
내 몸이 그 환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실력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한 번의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울렁증을 극복하는 데 대략 2년 정도가 걸렸다.
▶ 짧은 요약: 낯선 체육관 환경 앞에서 평소 실력이 사라지며 멘탈과 환경 적응이 다른 문제임을 깨달았다.
멘탈을 만드는 세 가지, ( 기본기 · 반복 · 루틴 )
나는 멘탈의 기초에 기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와 브릿지, 그립과 스트로크가 안정되어 있으면 중요한 순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믿을 수 있다.
반대로 기본기가 불안하면 긴장했을 때 더 흔들린다.
두 번째는 반복연습이다.
예전에 수없이 연습했던 공이 나오면 이건 해봤던 공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몸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반복연습은 기술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도 만든다.
세 번째는 루틴이다.
공을 보고, 길을 판단하고, 당점과 두께를 정하고, 자세를 만들고, 스트로크를 준비하고, 평소처럼 치는 순서를 정해놓으면 긴장했을 때 생각해야 할 것이 줄어든다.
해야 할 행동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는 복잡한 생각보다 평소의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짧은 요약: 멘탈은 좋은 기본기와 반복연습, 그리고 자신만의 루틴이 함께 쌓여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은메달을 놓치며 다시 배운 것
2024년 마지막 전국체전 준결승에서 나는 정말 팽팽한 경기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역전을 시킨 상황에서 딱 2점이 남았고, 실패할 수가 없는 아주 좋은 포지션을 만들었다.
여기서 끝내면 은메달은 확보라는 생각이 들어간 순간 마음이 달라졌던 것 같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공을 치는 순간 심판이 오구 파울을 선언했다.
순간 앞이 캄캄했고, 그 좋은 기회를 내가 스스로 상대에게 넘겨준 셈이 됐다.
결국 동메달 결정전까지 지면서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 경기에서 나는 멘탈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멘탈이 강하다는 것은 긴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긴장하는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제 메달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평소처럼 치자라고 돌아올 수 있어야 했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너무 좋아하지 않고, 나쁜 상황이 왔을 때 너무 좌절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멘탈이다.
경기에서 뒤지고 있을 때도 멘탈이 필요하다.
점수가 뒤지면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급해지는데, 그때 무리하게 공격하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
내 경기 운영은 이럴 때 디펜스를 하는 것이었다.
상대에게 쉬운 공을 주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공은 무리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리듬이 끊기기를 기다리고, 그 뒤 기회가 오면 다시 집중해서 반격한다.
반대로 내가 앞서 있을 때도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
특히 경기 막판에 거의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나는 이 부분을 마지막 전국체전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멘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본기를 만들고, 연습을 하고, 경기에 나가고, 실패하고, 다시 경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큰 대회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대회에 한 번 나간 경험만으로도 사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경기할 필요는 없다.
한번 긴장해서 무너져보고, 그러면 다음에는 조금 덜 무너진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긴장하는 상황도 익숙해진다.
▶ 짧은 요약: 좋은 기회 앞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멘탈이라는 것을 다시 배웠다.
준비한 실력을 믿는 힘 - 자신감이 멘탈이다
멘탈이 강한 사람도 실수한다.
나도 오랜 시간 당구를 치면서 수많은 실수를 했고, 중요한 경기에서도 실수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한 다음이다.
그 실수가 다음 공까지 영향을 주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믿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평소에 충분히 연습했다는 경험, 기본기가 안정되어 있다는 믿음,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경험했다는 기억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멘탈을 만들고 싶다면 마음을 강하게 먹자고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실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다.
시합에서 긴장한다고 자신을 너무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누구나 긴장할 수 있고 그것도 경험이다.
몇 번이고 경기해 보면 조금씩 나아진다.
결국 좋은 멘탈이란 특별한 정신력이 아니라, 수없이 준비한 내 실력을 믿고 중요한 순간에도 평소처럼 행동하는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