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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은 이해되는데 몸이 안 된다
당구를 오래 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다.
고수가 공을 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분명히 이해가 된다.
"아, 저렇게 치면 되는구나."
고수가 설명 안 해줘도 이해는 된다.
"아, 그 두께로 맞히고 이 정도 힘을 주면 되는 거구나."
그런데 막상 내가 큐를 잡고 치면 안 된다.
몇 번을 해도 안 된다.
분명히 고수가 알려준 대로 치는 것 같은데 결과는 전혀 다르다.
나는 이것이 당구를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답답한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랜 시간 당구를 치면서 알게 됐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모르면 당구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구의 기본적인 원리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고수가 어려운 공을 설명해 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안 된다.
두께가 조금 틀린다.
힘이 조금 달라진다.
스트로크가 흔들린다.
결국 공의 진행 방향이 생각과 달라진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
"이 공은 원래 어려운 공인가 보다."
또는 "나는 아직 실력이 안 되니까 못 치는 거야."
그런데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는데 몸이 아직 그 움직임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되는 순간
이런 공을 계속 연습하다 보면 아주 이상한 순간이 온다.
수십 번, 때로는 수백 번 실패하다가 어느 순간 공이 들어간다.
그 순간에는 느낌이 다르다. '어? 방금 됐는데?' 고수가 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공의 움직임도 생각했던 대로 나온다.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하다.
나는 이런 순간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감각을 기억해야 한다.
팔에 어떤 느낌이 있었는지, 큐가 어떻게 나갔는지, 스트로크 속도는 어땠는지, 공을 맞히는 순간 힘이 어떻게 전달됐는지를 느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해본다.
한 번 됐다고 내 것이 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한다.
한 번 성공하면 "이제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해보면 안 된다.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된다.
왜 그럴까? 나는 답을 아주 간단하게 생각한다.
아직 몸이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번 성공한 것은 나의 기술이 완성됐다는 뜻이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정확한 움직임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 움직임을 몸에 반복해서 입력해야 한다.
성공률이 올라갈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한 번 성공한 것이 열 번 중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다섯 번이 되고, 다섯 번이 여덟 번이 되어야 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대부분의 상황에서 원하는 샷이 나온다.
그때부터 비로소 그 기술이 내 것이 되기 시작한다.
나도 이 과정을 아주 독하게 겪었다.
당구장을 운영할 때는 원하는 시간에 연습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혼자 남아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날이 많았다.
특히 같은 포지션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당구대 위에 분필로 위치를 표시해 놓고 공을 치고 다시 놓았다.
그러다 보면 테이블 위에 공이 지나간 흔적이 남았다.
그런데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확실히 달라진다.
처음에는 감이 없던 스토록 감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두께도 조금씩 정확해진다.
힘 조절도 달라진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두려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계단처럼 오르는 당구 실력
당구 실력이 매일 조금씩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며칠 동안 연습해도 별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는 잘 되던 공이 오늘은 안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몸에 새로운 움직임을 익히는 과정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여러 가지가 연결되는 때가 온다.
한 가지만 연습하다 보면 다른 것도 자연스럽게 될 때가 온다.
"어? 이제 이것도 되네."
그 스킬이 필요한 다른 배치들도 쉽게 해결할 것이다.
그렇게 한 단계 올라간다.
나는 당구 실력이 계단처럼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평평한 구간이 길다가 어느 순간 한 칸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동안 정체한다.
또 연습한다. 그러다 다시 한 칸 올라간다.
중급자와 고수가 똑같은 설명을 듣는다고 해서 결과가 똑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고수는 이미 수많은 상황을 몸으로 경험했다.
비슷한 공을 수백 번, 수천 번 쳐봤다.
그래서 공을 보는 순간 어느 정도의 당점과 두께, 힘을 사용할지 몸이 먼저 반응한다.
반면 중급자는 머리로 계산한다.
계산을 다 하고 난 뒤에 큐를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몸이 굳는다.
결국 실전에서는 몸이 그 계산을 자연스럽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 몸이 알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당구가 생각대로 안 된다고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중급자라면 더 그렇다.
머리로 이해했는데 몸이 따라오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당구를 제대로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공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방금 왜 됐지?" 그 느낌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한 번의 성공을 열 번으로 만들고, 열 번의 성공을 백 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움직인다.
그때부터 그 기술은 내 것이 된다.
나도 당구를 50년 가까이 쳤지만 아직도 이런 과정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공 하나를 제대로 치는 것부터 배웠고, 나중에는 시스템을 공부했고, 더 나중에는 경기 운영과 멘탈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당구를 단순히 공을 맞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로 이해하고, 눈으로 보고, 팔로 움직이고, 몸으로 기억하는 운동이다.
당구를 잘 치고 싶다면 머리로 배우는 것에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몸이 알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몸이 알게 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실력을 한 단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